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USTR 대표의 한미 조선산업 협력: 상세 논의 내용
2025년 5월 16일,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 회담은 국내 조선업계에서 USTR 대표와의 첫 공식 회담으로,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 글에서는 회담의 배경, 주요 논의 내용, 제안된 협력 방안, 그리고 이번 만남의 의의와 전망을 상세히 다룬다.
회담의 배경
1.1.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자국 조선 및 해운 산업의 부흥을 국가적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의 장기화로 인해 중국산 항만 크레인(미국 항만 크레인의 약 80%가 중국산)의 안보 위협이 대두되면서,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제조업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로,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1.2. HD현대의 글로벌 입지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삼호 등 계열사를 통해 조선, 방산, 친환경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HII)와의 협력 사례를 통해 이미 미국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해 왔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HD현대의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글로벌 조선산업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1.3. 회담의 계기
이번 면담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성사되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미·중 무역 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이번 방한은 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과 더불어 한국 조선업체와의 협력 논의를 위해 마련되었다. 정기선 부회장과의 약 1시간에 걸친 회담은 한미 조선산업 협력의 구체적 로드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회담의 주요 논의 내용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회담에서 한미 조선산업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HD현대의 기술력과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논의된 주요 협력 방안과 제안된 구체적 내용이다.
2.1. HD현대중공업과 헌팅턴 잉걸스 간 협력 사례 소개
정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간의 기존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협력의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양사는 2025년 4월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MOU는 다음과 같은 협력 목표를 포함한다:
함정 건조 역량 강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동 기술 개발. 디지털 조선소 구축: 스마트 조선 기술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기자재 공급
망 참여: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이 협력은 한미 간 기술적 시너지를 창출하며, 미국의 군함 및 상선 건조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2. 구체적인 협력 방안 제안
정 부회장은 한미 조선산업 협력의 핵심 축으로 세 가지 주요 방안을 제시했다:
공동 기술 개발: 선박 설계 및 건조 기술의 공동 연구를 통해 첨단 기술을 공유하고, 친환경 및 스마트 조선 기술 개발에 협력. 선박 건조 협력: 상선 및 군함 건조뿐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 특히, 미국 해군의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수요에 대응. 기술 인력 양성: 양국 간 기술 인력 교류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인력을 육성,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
이러한 방안은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을 지원하면서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3. 중국산 항만 크레인 문제와 HD현대삼호의 역할
미국 항만 크레인의 약 80%가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 제품으로, 미국 정부는 이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5년간 약 27조 원(200억 달러)을 투입해 중국산 크레인을 대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정 부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조 역량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공급망 다변화: HD현대삼호의 고품질 항만 크레인을 통해 미국 항만의 중국산 크레인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
기술 경쟁력: HD현대삼호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크레인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안보 및 품질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음을 피력.
이 제안은 미국의 항만 인프라 현대화와 안보 강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HD현대의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4. 관세 완화 및 투자 협력 패키지
정 부회장은 조선산업 협력뿐 아니라, 조선 및 전력 기자재에 대한 관세 완화와 투자 협력을 포함한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이는 HD현대의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이 미국 내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강조한 것으로, 조선 외에도 방산, 전력, 친환경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포괄한다. 이 패키지 딜은 한미 간 통상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5. 정 부회장의 메시지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회담에서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를 높게 평가하며, HD현대의 준비된 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와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춘 만큼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
이 발언은 HD현대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와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회담의 의의와 맥락
3.1. 한미 조선산업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
이번 회담은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이 단순한 경제적 협력을 넘어, 양국의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은 미·중 갈등과 맞물려 있으며, 한국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정 부회장의 제안은 이러한 지정학적 맥락에서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3.2. 국내 조선업계의 첫 USTR 회담
HD현대는 국내 조선업계에서 USTR 대표와 공식 회담을 가진 첫 사례로, 이는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을 보여준다. 같은 날 그리어 대표는 한화오션의 김희철 대표와도 별도 면담을 가졌으며, 이는 한국의 주요 조선업체들이 미국과의 협력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3. 최근 한미 조선 협력 동향
이번 회담은 최근 한미 간 조선 협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5년 4월, HD현대중공업은 헌팅턴 잉걸스와 MOU를 체결했으며, 같은 달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정 부회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펠란 장관은 “한미 간 MRO 협력이 미 해군의 대비 태세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며 한국 조선업체와의 협력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고위급 교류는 한미 조선 협력의 가속화를 예고한다.
추가 논의 및 관련 동향
4.1. 한화오션과의 동시 면담
그리어 USTR 대표는 같은 날 오후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와 만나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미국 내 조선 생산 기반 확대와 기술 이전을 중심으로 한화오션의 전략을 설명했다. 특히, 한화오션은 2024년 말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 거제 사업장의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적용해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또한 미국 해군의 MRO 사업 수주 및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4.2. 한미 통상 협상의 맥락
이번 회담은 같은 날 열린 그리어 대표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간 고위급 통상 협의와 연계되어 있다. 2025년 4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의 조선 협력 패키지를 “최상의 제안”이라 평가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제안은 이러한 통상 협상에서 한국 조선업이 핵심 의제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4.3. HD현대의 추가 전략
HD현대는 조선 외에도 방산, 전력 기자재, 친환경 엔진, 수소 해운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일렉트릭은 미국의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에 대응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회담에 현대일렉트릭 관계자가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HD현대가 조선산업 협력을 넘어 포괄적인 경제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망 및 기대 효과
5.1. 미국 시장 확대
HD현대와 한화오션의 적극적인 행보는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만 크레인 공급망 다변화와 군함·상선 건조 협력은 단기적으로 수주 기회를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한미 간 산업 연계를 강화할 것이다.
5.2. 한미 동맹 강화
조선산업 협력은 한미 동맹의 경제적·군사적 측면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미국 해군의 함정 건조 및 MRO 수요에 한국의 기술력이 결합되면, 양국의 안보 협력도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5.3. 관세 협상에서의 전략적 우위
한국 조선업은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부회장의 패키지 딜 제안은 조선 및 전력 기자재에 대한 관세 완화를 포함하며, 이는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의 2025년 5월 16일 제주 회담은 한미 조선산업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HD현대의 헌팅턴 잉걸스와의 협력 사례, 공동 기술 개발, 선박 건조 및 MRO 협력, 항만 크레인 공급망 다변화, 관세 완화 패키지 딜 등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제안은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에 기여하면서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할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 회담은 한미 간 전략적 동맹의 경제적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향후 통상 협상과 산업 협력에서 한국 조선업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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